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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직업 찾기

(10)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라! - 호주 직장에서 실적내기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자기 회사의 업무에 100%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특히 시스템이 패키지 제품을 경우 사용초기에는 기존 시스템 사용자들로 부터 불만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던지 이런 저런 레포트를 출력할 수 없다던지 등등의 불만섞인 소리와 원망을 들을 수 있다.

ERP 시스템을 설치할때 보면 2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사람이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에 의해 사람이 통제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먼저 각 부서의 요구를 수렴한뒤 통합할 수 있는 모듈은 통합하고 단순화 한뒤, 꼭 필요한 것만 추려서 커스터 마이징을 한다.  기타 자질구레한 것들은 엑셀에서 수작업으로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뽑아줄 수 있도록만 하면 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각 부서나 윗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일일이 모두 수용하는 경우이다.
윗사람들은 엑셀작업도 싫어한다. 그래서 버튼 하나만 눌러서 완벽한 레포트를 자동으로 만들기 원한다. 새로운 매니져가 올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하나씩 추가되기도 한다.  이런식으로 하면 일거리는 많아지므로 시스템 설치 업체는 좋아한다.  

하지만 중구남방식으로 이런저런 기능을 마구잡이로 추가하다보면 나중에는 사람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게 사람이 구속을 받게 되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관리도 복잡해 지지만 특히 업그레이드 할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패키지 제품의 경우 몇년간 의무적으로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게되는데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고 싶어도 커스터마이징한 기능들이 구속을 하고 있어서 무용지물이 되는 수도 있다.

우리 회사에 ACCPAC ERP 시스템을 설치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서 세일즈 매니져가 가장 먼저 불만을 표시했다. 자기가 원하는 레포트를 출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옛날 시스템(돈만 먹었던 CS3 시스템)이 더 좋았다는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누구나 자기가 익숙한것으로 부터 떠나기를 싫어한다. 작은 것 하나까지 말이다. 구닥다리 시스템을 훨씬더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 해도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에 부딪쳤을때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제 자체를 놓고 불평만 하는 사람도 있다. (참고로 이 세일즈 매니져는 실적도 않좋고 실력도 없어서 1년만에 해고됐다.)
나는 그 세일즈 매니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그 매니져왈 제품을 입력하면 누가 지금 그 제품을 몇개 주문을 넣었는지 고객별로 리스트를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즉 제품별 고객별 미출하 주문 상황이었다. 그래서 알았다고 만들어 주겠다고 그자리에서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냐고 물었더니 일단 그렇다라고 했다.

아래 그림처럼(초기버젼은 아님) 액팩을 ODBC로 엑세스와 연결을 해서 리얼타임으로 아이템별 주문현황을 볼수 있게 해주었다. 액팩 자체를 건드리는것 하나없이 외부에서 직접 데이터 테이블을 불러와서 쿼리작업을 하여 원하는 출력을 하게 하는 것이다.  스크린을 보자 세일즈 매니져의 불만은 쏙 들어갔다.  지금은 그래프도 추가되어서 아이템별로 2년간의 세일즈 기록을 보여준다. 재고를 예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재고 리스트를 엑셀로 뽑아 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로지스틱 매니져로 있었을때 재고 관리때문에 골머리를 좀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고현황등을 엑셀로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스크린을 하나 추가 하였다.  
그랬더니 사장이 이것을 보더니 여기다 원가등등 몇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겠냐고 하였다.  사장은 매월 본사로 물품재고를 주문해야 했기 때문에 재고 리스트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도 꼭 엑셀로 된 리스트가 필요했다.
사장은 엑셀 사용에 있어서 프로급 수준이었다.

그렇게 시작이 되어 필요할때마다 한두개씩 기능을 추가하였다. 이름을 엑세스팩(AccessPac)이라고 지었다. 완전히 액팩과 독립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모든 데이터는 리얼타임이다. 언제든지 액팩은 엑세스팩과 관계없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지금은 수십개의 모듈이 추가되었고 이런 기능들을 액팩과 함께 유용하게 사용함으로 인해 인건비가 매년 5만불(한화로 약 오천만원) 이상 절약되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셈이다. 처음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불평을 하는 사람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나도 살리고 회사에게도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게 되었다.
사장은 엑세스팩을 아주 좋아했고 가장 유효적절히 사용한 사람중의 한명이다. 모듈을 추가할때마다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그리고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본사로 돌아가기전 나에게 그프로그램 라이센스를 선물로 넘겨 주었다. 

참 그 사장은 나 뿐만이 아니라 성실한 사원들에게는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또한 도덕성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존경한다.  앞으로의 글에도 그 사장에게서 배운 좋은 점들을 많이 인용하고 싶다.  

고객이나 직장 동료가 업무상 혹은 제품상 불평을 한다면 거기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 숨겨 있는지 모른다.
광산에서는 금보다 돌을 더 많이 캔다. 하지만 취하는 것은 돌이 아니라 금이다.
내가 무엇을 취하느냐에 따라 내 집을 돌로 채울수 도 있고 금으로 채울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