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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직업 찾기

(5) 또 맨땅에 헤딩하기 - 호주에서 일자리 찾기

호주에서 처음으로 이직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 첫출근해서 3개월째 될때 까지의 이야기 이다.

첫 출근을 했더니 창고장이 아니라 물류 메니져(Logistics Manager)  IT 메니져로 직위를 주었다.  창고장(Warehouse Manager로서 Logistics Manger에게 보고해야 했다)은 나중에 필요하면 내가 뽑아서 쓰라고 했다예에??? 창고장은 커녕 물류(Logistics) 아예 아무것도 몰랐다~ 이거 또 맨땅에 헤딩 하는 거로구나...!  로베이션(probation: 쌍방어느쪽이든 맘에 들지 않으면 조건없이 해고/그만둘 있는 기간)3개월 동안 잘못하면 알짜리 없이 짤리는 것이었다이때부터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장이 아침 일찍 직접 나를 웨어하우스로 데리고 가서 소개를 시켜 주었다. 졸지에 나의 스탭이 7명이나 생겼다. 동양인 한명에 모두 코쟁이 였다. 나보다 20살이나 많은 호주 토박이 아저씨도 있었다. 당황해서 첫 소개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 였다. 

나의 첫 임무는 한달내에 어시스턴트 매니져를 쌕시키는 것이었다. (호주에서는 해고하는 것을 슬랭으로 쌕(sack)시킨다고 한다. 이 단어는 자주 듣게 되므로 알아두자. 공식 뉴스에서도 나온다.)   사장은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정신이 똑바로 박히지 않은 사람들과 실적이 좋지 않은 사원들을 가차 없이 해고를 했고 그 막바지 단계에 있었다.  쉽게 말하면 그전 사장 휘하에서 나태하게 근무하던 것이 몸에 베어 있는 사람은 다 물갈이 하려 했던 것이다. 구조조정 이었다. 내가 이 사장이 부임하기 전 즉 몇개월 전에 이 회사에 입사 했다면 나도 칼 바람을 맞았을 지 모르고, 칼을 피하더라도 새로운 사장으로 부터 신임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입사한 때가 기가 막힌 타이밍의 축복 이였다는 것을 1년 정도 뒤에 알았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하나님께서 일을 계획하시면 한치의 오차도 없다는 것이다.

웨어하우스에서 문제거리 스탭은 내가 오기전에 이미 다 물갈이 되어 있었다. (이건 땡큐다.)  어시스턴트 매니져만 나에게 맡겨진 셈이었다. 한번도 사람을 해고시켜 본적이 없었던 나는 그를 해고시키지 않을려고 한달간 쓸만한 점을 찾았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문제점을 찾아 향상 시킨 일은  웨어하우스의 픽킹 에어리어(picking area : 물건을 박스에 담아가며 일하는 곳)를 리어거나이즈(reorganize : 재정비 혹은 뜯어고침 ) 한 것이었다. 

워낙 재고가 많아 창고의 선반이 부족할 정도 였고 안 팔리는 제품도 한 자리를 묵묵히 차지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논문을 쓰기위해 읽은 책중에서 작업자의 움직이는 모든 동작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읽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픽킹하는 시간을 측정하여 보았더니 현재의 픽킹 구조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픽킹 선반을 하나씩 모조리 해체하여 설계한대로 재조립 하고 재배치 하였다.  그리고 제품의 픽킹수와 판매량을 모두 분석하여 잘나가는 제품은 픽킹하기 좋은 위치에 그리고 한달에 한두번 나가는 제품은 구석으로 몰았다.  그 결과 픽킹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어시스턴트 매니져는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다.  나중에는 내 앞에서 박스를 발로 걷어 차기까지 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 찡(동양인을 속어로 찡이라고 한다)이 자기 상사가 되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못마땅 했을 것이다.  박스가 여기저기 굴러다니니 짜증도 났을 것이다.  이때 그를 더이상 내가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웨어하우스 픽킹대 구조조정을 끝낸뒤 다음주에 그를 쌕시켰다.  처음이라 그런지 떨렸다.

그후 그가 담당했던 비품관리 주문등을 내가 직접했다. 인수인계를 안받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일이 찾아보고 전화로 물어보고 헤메고 그래야 했다. 그 당시 쓰고 있던 ERP시스템은 전혀 사용자 편의가 없었다.  매달 수천불의 서포트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모든것이 나에게는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로지스틱이나 창고관리 노우하우를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 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IT 매니져 타이틀도 있으니 한번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고물 같은 구닥다리 시스템과 25대 정도의 클라이언트 컴퓨터를 모두 관리해야 했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start from scratch)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 회사에서 얻을 수 없었다. 

사장은 매일 아침 내가 출근과 동시 나를 불러 일을 지시하고 감독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것 같지 않으면 매니져의 역할에 대해 정신 교육을 시켰다.  나는 그때까지 회사에서 매니져를 해본적이 없었으니 실적이 화려했던 사장의 눈에 내가 얼마나 어리숙 했겠는가?  (돌이켜 보니 그럼에도 나를 해고 하지 않고 키워준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3개월 프로베이션(감시기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학수고대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불평 많이 했다.


<팁>
1. 이민자라면 맨땅에 헤딩한다는 각오로 덤벼들자.  이민초기에는 인맥이 거의 없을 뿐더러 잘 통하지도 않는다.  인맥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을 한번 만나면 필요할 때만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 화장실 갈때와 나올때 다른 사람이 되지 말자.

2.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의외로 어려운 곳에 희망이 있다.  도전하여 성취감을 맛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3. 학교다닐때 공부한것을 활용하자.  자기 전공과 전혀 없는 일자리에서도 연결하면 활용할 수 있다. 오히려 창조적인 발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서로 다른것을 연결해 보자.  이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새의 날개가 꼭 날개로만 쓰이는가? 그렇지 않다. 비올때는 비를 덮어주는 덮개로도 쓰인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의 생명자본주의 강의중에서) 고정 관념을 깨트리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난 꼭 이런 일자리 아니면 않돼라는 생각을 버리면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