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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직업 찾기

(12) 출퇴근 칼퇴근 하라 - 호주 직장에서 효율 높이기

호주는 한국과 달리 야근을 하지 않는 문화이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한두달은 한두시간씩 일을 더했다. 보통 5시에 대부분 퇴근을 하는데 나는 6시반이나 7시에 퇴근을 했다. 일거리도 없는데 일부러 남아서 일한것이 아니라 업무를 익히느라고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습관이 되는 것이었다. 업무를 어느정도 익힌 다음에도 그냥 남아서 이러저런일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야근 =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 반대이다.

어느날 사장이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매니져의 역할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퇴근시간에 대해 한마디 넌즈시 조언을 해주었다. 자기는 일찍퇴근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정말로 사장은 보통 5시에서 5시반에 퇴근했다. 어쩌다 6시를 넘기는 경우가 있더라도 7시 전에는 반드시 퇴근했다.

사장의 지론은 이러했다. 평상시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면 둘중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즉,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던지, 아니면 진짜로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업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면 매니져 공부를 다시해야 하고, 일이 진짜로 많으면 사람을 한명 더써야 한다는 것이다. 참 단순한 지론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진짜로 명답인것을 점점 깨닿게 되었다.   

사장이 몸소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니까, 당연히 효율이 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장의 충고를 받은뒤 얼마지나지 않아 나도 효율을 높이는 모드로 전환했다. 뒷정리 하느라 대부분 5시 10분이나 5시반에 퇴근했고 늦어도 6시를 넘기지 않았다. 한달의 삼분의 일은 내가 사장보다 일찍 퇴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사장과 함께 퇴근하거나 약간 늦게 퇴근했다. 
1년정도가 지나 업무가 익숙해 지니까 5시전에 대부분 내가 해야 할 업무가 끝났다. 일인 3역을 했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나중에 사장이 이렇게 얘기했다. 자네 전임자는 총부부서만 관리 했는데도 매일 늦게까지 남아서 뭘했나 궁금하다고..  자네는 IT도하고 회계부서도 하고, 총무부서도 담담하는데 이제 시간이 남지를 않는가?  하하..

잦은 회식 = 사원결속 강화는 옛말이다. 다음날 업무효율을 저하시킨다.

사장은 일찍자고 새벽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체질이었다. 평소 사원들보다 한시간반 먼저 출근했다. 아침에 정신이 맑을때 중요한 일을 대부분 처리한다. 직접 걸려오는 전화가 없도록 비서를 통해 불필요한 전화는 걸러낸다. 효율성에서 보면 최고다. 집중해서 짧은 시간에 남보다 세배정도의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오손도손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한다. 회식을 해도 대부분 9시정도에 끝내고 늦어도 10시 전에 끝내고 귀가한다. 2차 3차는 거의 없다.  회식은 한달에 한번 정도 한다. 많아도 두번 이하이다.
회식을 자주 한다고 떠날사람이 않떠나는 것도 아니다.

바쁜사람 = 일 잘하는 사람은 일치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바쁘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사장의 또하나의 지론은, 매니져는 하루에 한시간 반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7시간 반의 업무시간중 한시간 반은 업무를 안하고 묵상만 해도될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직원은 하루에 30분정도 여유가 있도록 하게 하라고 했다. 
사장이 하루종일 바쁘게 일을 하면 매니져는 정신없이 바쁘게 되고 그러면 말단직원은 매일 야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보고서, 불필요한 자료분석등은 없애고 업무향상이나 세일즈에 연결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말단사원이 야근을 할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매니져는 남은시간에 효율증대를 위한 창의적인 생각을 해서 사원의 업무효율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잦은 회의 = 업무향상은 일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이다. 평소에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사람일 수록 결단력이 없고 잦은 회의를 좋아한다.

사장은 회의도 짧고 명료하게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 9시의 회의 시간은 칼처럼 지켰다. 회의에 1분이라도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쓸데없는 농담은 거의 안했다. 매니져가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바로 태클에 들어갔다. 그리고 포인트를 정확히 찍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안건은 매니져 미팅시간에 꺼내지 말라고 했지만, 일을 잘 못하는 매니져 일수록 자기일을 줄줄이 나열하듯 했다. 
즉, 자기가 이렇게 일거리가 많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알아 달라는 것이다. 

매니져 미팅시간은 귀중한 시간이므로 다른 매니져나 사장의 도움이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거론하라고 사장은 몇번이나 강조를 했다.  
이런것은 대부분 업무효율 향상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동반되는데 평소에 생각을 안하면 할얘기가 없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자기의 스케쥴을 읊는 것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냥 눈감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것이 많을 수록 고가점수에 좋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실적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칼퇴근 = 찍힌다는 인식은 눈치보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사장은 성실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는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상대신 벌을 주었다.  신상필벌이 확실한 스타일이었다. 칼퇴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매일 지각하면서 칼퇴근만 챙기면 찍힌다. 칼퇴근 할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잘하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것이 당당하게 사는 비결이다.

한국기업의 야근문화을 생각하면 윗글이 환상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수년 동안 직접 체험한 실화이다. 즉, 한국에서도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회사의 사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  
 
<참고>
OECD(경제협력기구)의 2008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2357시간으로 회원국 중 1위였다고 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표된 2008년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조사대상 55개국 중 55위 인것으로 나타났다. 일은 최고로 많이 하는데 효율성은 최하인 것이다. (일본전산 이야기의 머리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