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두려움을 던져 버리자 - 호주 직장에서 살아남기

업무의 메인 시스템을 액팩(ACCPAC)으로 업그레이드하고 2~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사용하면서 발견한 문제점들과 셋업 에러들을 수정하다보니 어느정도 ERP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장이 나에게 이제는 회계부서도 담당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회계부서라고 해봐야 수금담당(어카운트 리시버블) 한명과 지불담당(어카운트 페이어블) 한명이었다.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회계의 회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라는 사실이었다. 직원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사원의 업무에 대해 너무 모르면 이용당할 수 도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회계책을 서너권 구입했다. 차변과 대변등등 회계용어를 이해하는 것만해도 머리가 띵해졌다. 
그렇게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회계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데, 회계담당 직원이 G/L(제너럴 레져)에 문제가 있으니 에러를 수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컥~ 이제 회계지식 습득에 걸음마를 하고 있는데 .나더러 G/L의 에러를 수정하라고??? 
그 직원은 대학에서 4년간 회계공부를 했는데, 자기가 못고치는 문제를 나에게 고쳐달라니???
정말 황당했다....

IT 매니져로서 또한 회계부서 관리자로서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그래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데이터 베이스는 알고 있으니까 그 G/L에 관련된 데이터의 모든 흐름을 추적했다.  
이틀동안 붙잡고 늘어졌다. 지인중에 회계전문가에게 궁금한것을 묻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원인을 찾아냈고 해결을 해주었다.
부하 직원은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자기도 자존심이 있는지라 내색을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후로 어카운트 리시버블과 페이어블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었다.
G/L에 관련된 에러 또한 모두 해결해 주었다. 이렇게 1년 동안 문제를 무수히 해결하고 맞지 않던 Trial Balance를 하나씩 수정하고나니 회계시스템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책을 몇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던것이 실제 데이터가 오고가는 시스템을 통하니까 선명하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회계 감사를 직접 지휘하고 회계 감사원을 질문을 일일이 답변하면서 데이터를 준비하고 나니까 회사의 회계업무가 한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회계감사는 KPMG에서 했다. KPMG는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회계법인이다. 처음 받아보는 감사였기 때문에  까다로운지 아닌지 나에게는 그런것을 구분할 능력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참 까다롭게 감사를 받았었다.)
그저 요구하는 대로 데이터를 미리다 준비해서 화일로 정리를 해놓았다. 
감사도 5일 걸렸던것을 이번에는 3일만에 끝냈다. 준비가 잘 되었다고 흡족해 했다.
(지금은 이틀만에 회계감사가 끝난다. 그리고 우리회사에 감사오는것을 그렇게 선호한다고 한다. 6년 전에는 회계감사 회사에서 가장 감사하기 싫어하는 회사였다였는데 말이다.  
몇년전 회계감사법인을 다른회사로 선정했다.  그로인해 지금은 매년 수만달러를 절약하고 있다. 우리쪽에서 준비가 워낙 철저하고 회계 장부가 투명하므로 비싼 일류를 사용해 구태여 신뢰도를 높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고, 호주지사 규모로 봐도 회계감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컸다. )

사장에게는 매월 결산보고를 직접했다. 그때마다 사장은 체크를 해주었고 사장이 보는 관점에서 회사의 수익과 손실을 관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회계부서를 관리한지 약 1년반 정도가 지났을때, 사장이 나에게 말했다.
이제 회계에 대해서는 당신이 나보다 한수 더 뛰어난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빨리 회계업무를 습득하고 깔끔하게 처리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덧 붙여 주었다. 
또한 액팩이 이렇게 우리회사에 잘 맞는줄 몰랐다고 하며 좋아했다. (사실 액팩은 사장이 추천했었다. 나는 나비죤과 가격과 편리성을 비교하였고 그당시 5만불 이상 차이가 나서 액팩을 선택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잘 선택한것 같다.) 

나는 회계에 대해 학문적인것은 깊이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무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겼다.
이제는 새로운 회계사원이 들어오면 직접 트레이닝을 시킨다.  G/L 수정(레콘실리에이션)에 관한것은 직접 체크하고 꼭 사인을 해준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나는 새로운 것에 부딪칠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돼새김질 한다.
이것도 언젠가는 내가 정복할 수 있을 것이고 몇개월 후면 나는 이일도 잘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필독 : 베리칩을 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